어느 절단 장애인 ~ 박만엽


그녀가 天下一色을 소개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 
용산역에서 내리면 50m 전방에 볼링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야 
하늘을 쳐다보니 먹구름에 가려 비라도 뿌릴 듯 
잔뜩 찌푸리고 있어 주변마저 을씨년스럽네 

하지만 천하일색의 美人과 볼링을 치는데 
날씨가 무슨 상관이겠어 몇 분 지나자
나이가 제법 든 女人이 어색한 모습으로 나타나   
우선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고 하여
그녀와 함께 얼떨결에 카페로 들어가게 되었지 

난 그 女人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어
카페의 시커먼 대형 유리창 투시하면서
美人만 나타나길 바랐던 게지 한 10분이 지났나? 
혼자 딴청 피우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
할 수 없이 그녀와 대화하고 있는 선글라스를 낀 
그 중년 女人에게 관심 두었지
조금 전 처음 내가 보았을 때 느낌이 묘하고
어딘가 어색하긴 하였지만 씩씩하게 들어와
몰랐는데 그 女人의 몸은 성한 부분이 없었어

그 女人은 15년 전 전복 사고를 당해 오직
혼자만 살아남아 다리는 절단할 수밖에 없었고, 
얼굴 부위는 28번 재수술하였다고 하네 
그래서 살펴보니 부모가 준 본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자기의 과거를 말하는 목소리는 
淸雅하였으며 예의가 바른 똑똑한 女人이었어

女人은 爲政者들에게 섭섭함을 吐露하더군 
28번 수술의 고통보다 280번 설득하여도 못 알아듣는 
그들이 야속하였기 때문이었겠지 
심지어 그 爲政者들을 불구라고 했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장애인들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비열한 人間이 있다는 사실이었지 
이야기가 끝나자 난 남은 커피를 마실 수가 있었지 
그 맛은 씹는 담배처럼 씁쓸했지만 
뒤뚱거리며 義足으로 의연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그녀의 말대로 그 女人은 정말 天下一色이었어. 

(낭송:송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