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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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설하
 조회 :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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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lhar942.mp3 (2.9M) [5] DATE : 2013-11-12 10:20:51 |
어머니와 치자꽃 -詩 김설하(낭송 아보)
몇 군데 금 간 화분이 하나 있었지
그땐 왜 그리 이사를 자주 했는지
그때마다 아버지는 버리자 했고
어떻게든 끼고 갔던 어머니
볼품없지 싶어도 은근한 매력을 발산했던 건
해마다 치자꽃을 피워냈기 때문일 거야
쌀쌀맞은 고모가 돌계단을 오르며
뾰족구두 또각대는 소리도 멈춰 서게 했고
누렁이는 잔디밭에 엎드려
오뉴월 개꿈에 끅끅대다가도
바람결에 꽃향기 몰려갔는지
흰자위 반을 내놓고 콧구멍만 벌름거렸지
대문을 지키는 건
유성 매직으로 휘갈겨 쓴 세 글자 '개 조심'
껑충 자란 접시꽃이 담 넘어 샐쭉 웃어도
당신은 작은 키를 수그리고 오래오래
꽃 속에 눈길 박혀 혼잣말했지
'장마가 시작되려나'
어머니는 치자꽃 고 환한 웃음에 하루가 가고
코끝에 꽃 분 바르는 저녁을 좋아했어
어머니는 병들어
애지중지하던 꽃 분 같던 시절도 잃어버렸지
꽃나무도 세월 따라 늙어 꽃피우지 못하자
아주 이사할 때 대문 밖으로 밀려나는 걸
누렁이만 멀뚱멀뚱 보았어
어머니는 가끔 그 향기를 맡았는지
치자꽃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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