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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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설하
 조회 : 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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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iwoo.swishmax.kr/song01/seolhar1047.mp3 [568] |
아버지와 아이스케키 -詩 김설하 낭송 조성하
해거름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셔츠만 벗어 들마루에 걸쳐 놓곤 어푸어푸 세수하십니다
하루의 노고가 고스란히 스민 옷을 다시 꿰는 등 뒤에서
저녁 먹고요 라는 말이 통나무 대문 턱에 걸려 넘어지고요
꿍꿍이셈이 있어 냉큼 따라나서는 딸을 번쩍 안아
뺨에 턱수염을 문지르며 껄껄 웃으시던 아버지
담배라고 씌어있는 간판뿐인 구멍가게지만
꼬마 숙녀에겐 아이스케키가 목적인 걸 아신 거죠
대머리 이발사는 날카로운 가위를 연신 찰칵대었고
아껴먹어도 얼음과자는 왜 그리 빨리 녹는지
덥수룩한 머리칼보다 훨씬 빨리 작아졌어요
아버지 얼굴에 듬뿍 올라앉은 비누 거품
접이식 면도칼을 숫돌에 벼려서
엄지와 검지로 날렵하게 잡고 지나갑니다
새끼손가락을 치켜든 모양새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암시 같기도 했고 위엄까지 느껴지곤 했죠
면도날이 지나간 아버지 턱선은 푸른빛이 돌았습니다
말쑥해진 얼굴에 탁탁 치며 발라주는 냄새
중지로 둥그런 통에 담긴 포마드를 찍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또다시 탁탁 위아래로 쳐서는 머리칼을 정돈했죠
말쑥한 아버지가 흰 남방셔츠 깃을
다시 한 번 세웠다가 눕히며 일어서면
커서 꼭 아버지 색시가 될 거라는 마음을 굳히곤 했습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며 영화배우는 저리 가라 했거든요
이제는 푸른빛 포마드를 발랐던 머리칼도 몇 가닥 없고 하얗게 셌죠
이발관에 갈 때마다 시멘트로 만든 개수대에
빨간 플라스틱 물통이 들어앉아 똑똑 물을 받고 있었는데요
덜 잠근 수도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문득
젊은 날의 아버지 웃음소리가 오랜 기억으로 그리워져요
아버지 어깨에 목마 타고 팔랑팔랑 나비춤을 추던 시절이 말이지요
영원히 흑백필름 안에서 멈춰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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