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의 하루1 /얼음꽃 송영미 (낭송 이혜선)





몸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화덕 위에

올려 놓은 솥단지처럼

달아 올랐다 식었다 하는

망가진 몸뚱이 때문에

애꿎은 가디건만을

덮었다 벗겼다를 일삼고



감정은 오뉴월 춘향이 널 뛰듯이

하늘을 닿을듯 살랑거리다가

이내 땅속으로 곤두박질을 치며

실성한 여인네처럼 변하니



꽃같은 청춘은 운무처럼 

아물아물 피였다가 사라지고

싹 틔기를 기다리는 고목처럼

허망한 것에 이유를 대며

고집 피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몹쓸 심성때문에 또 하루가 

고단함에 지쳐 휘청거린다







갱년기의 하루2 /얼음꽃 송영미 





몸으로 느끼는 변화무쌍함에 굴복하여

팥알보다도 더 작은 호르몬제라는 알약을 집어 삼켰다

몸 구석 구석을 돌아 어디만큼 도착하면 

내 혼란스런 몸뚱이를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정성들여 먹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놈의 정신머리는 걸핏하면 잊어 버리고 

달아 오르는 몸뚱이만을 탓하기 일쑤다



아참! 그러고 보니 오렌지 맛 비슷한 

둥그런 알약도 먹어야 했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간다나 뭐라나...



보태지도 더하지도 않아도 좋으니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있으면 좋으련만

흐르는 세월에 떠밀려 고장난 멍텅구리 배가 되어

알 수 없는 바다를 표류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