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준비물 리스트 과하게 사지 않고 준비하는 방법

얼마 전 상담실에서 만난 예비 엄마가 캐리어만 한 장바구니 목록을 보여주셨어요.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검색해서 세 곳을 합쳤더니 80가지가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8년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을 만나고, 저도 두 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느낍니다. 처음부터 다 사야 하는 물건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신생아 물건은 작고 예뻐서 하나씩 담다 보면 금방 늘어납니다. 그런데 막상 아기가 태어나면 집 구조, 수유 방식, 계절, 아기 성향에 따라 쓰는 물건이 꽤 달라져요. 그래서 저는 출산 전에는 2주 버틸 만큼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아기를 만나고 채우는 쪽을 권합니다.
출산준비물 리스트는 세 묶음으로 나누면 덜 흔들립니다
먼저 기준을 단순하게 잡아야 합니다. 출산 전 꼭 필요한 것, 태어난 뒤 결정해도 되는 것, 굳이 안 사도 되는 것으로 나누면 장바구니가 확 줄어요. 특히 첫아기일수록 ‘혹시 없으면 큰일 날까 봐’ 사는 물건이 많습니다. 사실 신생아는 먹고, 자고, 기저귀 갈고, 체온을 유지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출산 전 준비해두면 편한 것
- 배냇저고리나 바디수트 4~6벌
- 속싸개 또는 스와들 2~3개
- 기저귀 신생아용 1팩
- 물티슈 또는 건티슈 1~2팩
- 손수건 20~30장
- 아기 세탁세제 1개
- 아기 욕조 1개
- 체온계 1개
- 수유쿠션 1개
- 카시트 1개
여기서 손수건은 많이 쓰는 편입니다. 수유할 때, 토할 때, 씻기고 닦을 때 계속 필요해요. 반대로 옷은 생각보다 빨리 작아집니다. 신생아 사이즈를 많이 사두면 한 달 안에 못 입는 경우도 흔합니다.
수유용품은 출산 전 완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보는 과소비가 수유용품입니다. 젖병 8개, 젖꼭지 단계별 세트, 분유포트, 젖병소독기, 유축기까지 한 번에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모유수유를 할지, 혼합수유를 할지, 분유수유를 할지는 출산 전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엄마 몸 상태와 아기 빠는 힘, 병원과 조리원 환경이 영향을 줍니다.
출산 전에는 젖병 2~3개 정도면 시작하기 좋습니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기가 어떤 젖병을 잘 무는지 볼 수 있고, 분유를 먹게 되더라도 그때 추가해도 늦지 않습니다. 젖병소독기는 있으면 편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삶거나 전자레인지용 소독 용품으로 시작하는 집도 많습니다.
출산 전에는 조금만 사도 되는 것
- 젖병 2~3개
- 젖병솔 1개
- 수유패드 소량
- 분유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먹는 종류를 확인한 뒤 구매
- 유축기는 필요성이 생긴 뒤 대여나 구매 결정
분유는 특히 미리 여러 통 사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기가 먹는 양, 배앓이 여부, 병원에서 시작한 제품이 달라질 수 있어요. 유축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쓸 수도 있지만 거의 안 쓰는 집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비싼 제품으로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안 사도 되는 물건도 꽤 많습니다
산후조리원 퇴소 때 버리거나 나눔하는 물건을 보면 반복되는 품목이 있습니다. 신생아 장난감 세트, 범퍼침대 풀세트, 아기 베개, 신생아 신발, 두꺼운 외출복, 예쁜 촬영용 의상 같은 것들이에요. 물론 사진 찍을 때 즐거운 물건도 있습니다. 다만 생활 필수품은 아닙니다.
아기 베개는 신생아 시기에는 대체로 권하지 않는 쪽으로 안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한 수면 환경을 위해서는 푹신한 침구와 쿠션류를 줄이는 게 기본입니다. 아기 침대는 있으면 좋지만 집 공간이 좁으면 접이식 침대나 바닥 매트 생활을 선택하는 집도 있어요. 중요한 건 물건의 가격보다 보호자가 밤에 얼마나 편하게 돌볼 수 있느냐입니다.
출산 전 구매를 미뤄도 되는 것
- 아기 베개와 장식 쿠션
- 모빌과 장난감 세트
- 워머, 분유제조기 같은 고가 전자제품
- 신생아 신발
- 외출복 여러 벌
- 역류방지쿠션, 바운서, 아기체육관
바운서와 역류방지쿠션은 잘 쓰는 집도 있고, 아기가 싫어해서 거의 못 쓰는 집도 있습니다. 이런 건 당근마켓이나 지인 대여로 먼저 써보고 결정해도 됩니다. 첫 육아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출산준비물 리스트
계절도 꽤 중요합니다. 여름 출산이라면 두꺼운 속싸개나 털모자는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얇은 면 소재, 땀 흡수가 잘 되는 손수건, 실내 온습도 관리가 더 중요해요. 겨울 출산이라면 외출복보다 실내 체온 유지가 먼저입니다. 신생아는 외출이 많지 않아서 두꺼운 우주복을 여러 벌 살 필요는 적습니다.
봄가을에는 기온 차가 커서 얇은 겉싸개나 블랭킷이 유용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1~2개면 충분한 집이 많아요. 선물로도 많이 들어오는 품목이라 미리 여러 개 사두면 겹칩니다. 실제로 상담실에서 “블랭킷만 6개예요” 하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계절별로 우선순위를 잡는 방법
- 여름: 얇은 바디수트, 면 손수건, 통풍 잘 되는 침구
- 겨울: 실내복, 얇은 겹싸개, 온습도계
- 봄가을: 얇은 블랭킷 1~2개, 조절하기 쉬운 옷
- 공통: 카시트, 체온계, 기저귀, 손수건
온습도계는 의외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아기가 우는 이유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방이 너무 덥거나 건조한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예쁜 침구 세트는 사진에는 좋지만 실제 수면에서는 단순한 구성이 더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산모 준비물은 ‘퇴원 후 2주’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아기 물건에 집중하다 보면 엄마 물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출산 직후에는 엄마 몸 회복이 정말 중요합니다. 산모패드, 수유브라, 편한 잠옷, 회음부 방석 또는 좌욕용품, 철분제나 처방받은 약을 챙기는 일이 더 현실적입니다. 제왕절개를 했다면 배를 조이지 않는 속옷과 높은 허리의 하의가 편합니다.
산후복대는 사람마다 만족도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안정감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답답해서 못 하겠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착용 시점과 방법을 확인한 뒤 사도 충분합니다. 산모용품은 “남들이 다 샀다”보다 내 출산 방식과 회복 상태에 맞추는 게 맞습니다.
- 산모패드 또는 오버나이트 생리대
- 수유브라 2~3개
- 앞이 열리는 잠옷 2벌
- 미끄럽지 않은 슬리퍼
- 개인 세면도구와 텀블러
- 처방약, 영양제, 진료 관련 서류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잘 만드는 방법은 많이 사는 게 아니라 덜 후회하게 사는 겁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집은 거의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3일, 7일, 2주가 지나면서 우리 집에 필요한 물건이 또렷해져요. 그때 사도 늦지 않은 물건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예비 부모님께 늘 이렇게 말합니다. 빈칸이 조금 있는 준비가 오히려 실용적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