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방한부츠 사기 전에 이렇게 골라보세요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산모님이 아기 방한부츠를 미리 사야 하느냐고 물으셨어요. 겨울에 태어날 아기라 발이 시릴까 걱정되셨던 거죠. 그런데 아직 걷지 않는 아기라면 부츠를 신길 일이 생각보다 거의 없습니다. 저도 첫아이 때 작고 귀여운 부츠를 사뒀다가, 한 번도 못 신긴 채 다음 계절을 맞았어요.
방한부츠는 ‘겨울 아기 준비물’이라서 사는 물건이 아니라, 아기가 겨울에 밖에서 얼마나 걷는지에 따라 고르는 물건입니다. 먼저 우리 집 외출 모습을 떠올려보면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기 쉬워요.
아직 걷지 않는 아기에게도 필요할까요
유모차나 아기띠로 이동하는 아기라면 대개 양말과 옷, 상황에 맞는 덮개로 발을 따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걷기 전 아기의 발을 따뜻하게 하는 데 양말이면 충분하고, 밖에서 걷기 시작하면 발을 보호할 신발이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발이 차게 느껴진다는 이유만으로 두꺼운 부츠부터 신길 필요는 없어요.
가끔 신발을 벗겨보면 양말이 땀에 젖어 있기도 합니다. 따뜻하게 입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웠던 거죠. 외출할 때는 발뿐 아니라 목덜미와 몸통도 함께 살펴보고, 실내에 들어오면 두꺼운 덮개나 신발을 벗겨주는 편이 좋습니다.
아기가 가구를 잡고 서거나 집 안에서 첫걸음을 연습하는 시기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걷기를 배우는 동안 안전한 실내에서는 맨발로 바닥을 느끼는 것이 균형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실내 연습용으로 단단한 방한부츠를 따로 살 이유는 적습니다.
밖에서 걷는다면 신는 장소부터 따져보세요
같은 겨울이라도 차에서 내려 어린이집 현관까지 몇 걸음 걷는 아이와, 눈 온 공원에서 오래 걷는 아이에게 필요한 신발은 다릅니다. 짧은 이동이 대부분이고 눈이나 물을 밟을 일이 드물다면, 지금 잘 맞는 운동화에 날씨에 맞는 양말을 신기는 것으로 충분한 날도 많습니다.
반대로 눈이 쌓인 길이나 젖은 바닥을 자주 걷는다면 발을 덮고 물기가 쉽게 스며들지 않는 신발이 편합니다. 이때 ‘방한’이라는 이름보다 실제로 걷기 편한지가 중요해요. 발목이 너무 뻣뻣하거나 신발이 무거우면, 잘 걷던 아이도 발을 끌거나 자꾸 벗으려 할 수 있거든요.
눈길에는 어떤 신발을 신어도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밑창의 홈을 살펴보고, 아이가 신은 상태에서 몇 걸음 걸어보세요. 뒤꿈치가 들썩이거나 발이 신발 안에서 앞뒤로 밀리면 크기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젖은 눈을 밟은 뒤에는 신발 안쪽과 양말이 젖었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발을 따뜻하게 하려던 신발이라도 젖은 채 오래 신으면 불편합니다.
사이즈는 겨울 양말을 신긴 채 확인하세요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내년에도 신기려고’ 너무 큰 사이즈를 사는 거예요. 아이 발은 금방 크지만, 이번 겨울 내내 헐떡이는 신발을 신고 걸을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털 안감이 두툼한 부츠는 평소 신발과 같은 표기 사이즈여도 발가락이 눌릴 수 있어요.
구매할 때는 실제로 신길 겨울 양말을 먼저 신기고 양쪽 발을 모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발가락을 움직일 공간이 있으면서도 걸을 때 뒤꿈치가 빠지지 않아야 해요. 앞코를 손으로 눌러보는 것만으로는 안감 때문에 발끝 위치가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깔창을 꺼내 발을 올려보고, 꺼낼 수 없다면 신발을 신긴 뒤 걷는 모습과 벗긴 뒤 눌린 자국을 함께 보세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자료에는 첫 신발을 고를 때 가장 긴 발가락 앞에 약 1cm의 여유를 두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다만 발등 높이와 신발 모양도 다르니 숫자 하나로 결정하지는 마세요. 신은 뒤 발가락이 접히지 않는지, 발등에 깊은 자국이 남지 않는지, 몇 걸음 걸어도 편해 보이는지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구매를 줄이고 싶다면 이 순서가 편합니다
- 아직 걷지 않는다면 방한부츠 구매를 미루고, 현재 쓰는 양말과 외출용 덮개로 지내보세요.
- 걷기 시작했다면 이번 겨울에 밖에서 걷는 시간과 바닥 상태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 눈이나 젖은 길을 자주 걷는다면 양말을 신긴 채 신어보고, 밑창과 뒤꿈치 맞음새를 확인하세요.
- 이미 가진 신발로 충분한 날이 많다면 눈 오는 날을 대비해 미리 한 켤레 더 살 필요는 없습니다.
선물받은 부츠나 물려받은 부츠도 상태가 좋고 지금 발에 맞으면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전 아이에게 맞았던 신발이 우리 아이 발에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밑창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았는지, 안감이 뭉쳤는지, 잠금 부분이 잘 붙는지 살펴보고 신겨주세요.
아기 물건은 미리 준비해두면 마음이 놓이죠. 그래도 방한부츠만큼은 발 크기와 걷는 모습이 보일 때 골라도 늦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느낀 건, 잘 맞는 한 켤레가 언젠가 신길지 모를 여러 켤레보다 훨씬 자주 쓰인다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