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 책 고르고 함께 읽는 방법

상담실에서 “18개월 아기 책은 몇 권쯤 있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책장 사진을 보여주며 부족한 것 같다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어요. 저도 첫아이 때는 월령에 맞는 책을 미리 사뒀는데, 정작 아이가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낡은 동물 그림책 한 권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책의 권수보다 아이가 책을 편하게 만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새 책을 사기 전에 집에 있는 책부터 꺼내보세요
18개월이라고 해서 18개월용 책을 따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아기가 이미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괜찮아요. 어른에게는 반복이 지루하지만, 아이는 아는 그림을 다시 찾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재미를 느낍니다. 첫째는 자동차가 나오는 한 페이지만 며칠씩 펼쳤고, 둘째는 책 속 강아지만 찾아다녔습니다. 둘 다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날보다 그렇게 놀듯이 보는 날이 많았어요.
먼저 책장에 있는 책 중 그림이 크고 장면을 알아보기 쉬운 것 두세 권을 눈에 닿는 곳에 놓아보세요. 아이가 손을 뻗지 않는 책은 잠시 넣어두고, 다른 책과 바꿔 놓으면 됩니다. 대여할 수 있는 도서관이 가까우면 몇 권 빌려 반응을 보는 것도 좋아요. 전집이나 월령별 묶음 상품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 더 지켜본 뒤 골라도 늦지 않습니다.
고를 때는 이야기 길이보다 아이의 손과 눈을 보세요
18개월 아기 책을 고를 때 제가 먼저 보는 건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는지, 아이가 혼자 넘기기 편한지입니다. 사진이나 그림 속 사물이 분명하고, 한 장면에 이야기가 너무 많이 몰려 있지 않은 책은 함께 보며 말을 붙이기 수월해요. 페이지가 두꺼운 보드북은 아이가 직접 넘기기 편하고, 여러 번 꺼내도 비교적 잘 버팁니다. 얇은 종이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옆에서 함께 넘기면 되고요.
의성어가 나오거나 일상 장면이 담긴 책도 활용하기 좋습니다. 밥 먹기, 목욕하기, 신발 신기처럼 집에서 겪는 일이 보이면 “우리도 아까 신발 신었지” 하고 연결할 수 있어요. 반대로 버튼 소리나 움직이는 장치가 많아도 아이가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면 그 책이 지금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소리가 나는 책을 좋아한다면 이미 가진 한 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책을 살 때는 모서리와 찢어진 부분도 살펴봅니다. 특히 책을 입에 넣거나 페이지를 뜯는 아이라면 떨어진 조각을 바로 치워주세요. 재질이 좋은 값비싼 책보다 지금 아이가 안전하게 만지고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책이 더 쓸모 있습니다.
끝까지 읽기보다 아이가 가리킨 곳에서 대화를 시작해요
“앉아서 한 권 다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세 장을 한꺼번에 넘기고 일어나는 아이도 있어요. 그럴 때 다시 첫 장으로 돌려 앉히려 애쓰면 책 읽는 시간이 서로 피곤해집니다. 아이가 고양이를 가리켰다면 그 자리에서 “고양이네. 야옹 하고 울지” 정도만 말해도 책을 함께 본 시간이에요.
말을 많이 시키려고 매 장마다 “이건 뭐야?” 하고 묻기보다는 부모가 먼저 짧게 들려주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빨간 버스가 간다”, “아기가 밥을 먹네”, “곰이 숨었네”처럼 그림에 보이는 것을 말해주면 돼요. 아이가 “멍멍”이라고 하면 “응, 멍멍이가 뛰어가네” 하고 한두 마디 덧붙일 수 있습니다. 대답이 없어도 그림을 보고 손가락으로 짚거나 다음 장을 넘기는 모습 자체가 아이의 참여예요.
부모가 바쁜 날에는 긴 시간을 따로 낼 필요도 없습니다. 잠들기 전 한 권을 펼치거나, 낮잠 뒤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그림 두 장만 봐도 좋습니다. 저희 집은 저녁마다 책을 읽겠다고 시간을 정해뒀지만, 둘째가 한창 움직이고 싶어 할 때는 오히려 낮에 바닥에 앉아 보는 편이 잘 맞았어요. 집안의 리듬에 맞춰 시간을 옮겨도 됩니다.
책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서두르지 마세요
책을 닫아버리거나 들고 돌아다니면 아직 책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18개월 무렵에는 앉아서 듣는 것보다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쪽에 마음이 쏠릴 수 있어요. 책을 길게 읽으려 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나 동물이 나오는 한 장면을 같이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아이가 떠나면 책도 덮어두었다가 다른 때 다시 꺼내면 되고요.
책 취향은 형제 사이에서도 다릅니다. 첫째가 좋아했던 책을 둘째는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어요. 친구 아이가 긴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 같은 방식이 맞는 것도 아닙니다. 책을 사기 전에 아이가 요즘 무엇을 가리키고 어떤 소리에 웃는지 먼저 보면 선택이 한결 쉬워집니다.
혹시 책 읽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이름을 부를 때 반응이 거의 없거나, 소리와 몸짓으로 주고받는 모습이 걱정된다면 책으로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영유아 건강검진 때 관찰한 모습을 이야기해 주세요. 막연히 비교하며 기다리는 것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마음도 편합니다.
책 한 권을 끝냈는지보다 아이가 오늘 어떤 그림 앞에서 멈췄는지가 저는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 장면을 같이 보고 한마디 나누는 시간이 쌓이면, 집에 있는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작을 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