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기 신발은 걷는 모습 보고 고르는 방법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부모님이 돌 선물로 받은 신발 세 켤레를 보여주셨어요. 아이는 아직 소파를 붙잡고 옆으로 걷는 중인데, 벌써 신겨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하셨죠. 저는 먼저 물었어요. “밖에서 아이가 직접 걸을 일이 있나요?” 돌아기 신발은 돌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급히 살 필요는 없거든요.
첫 신발은 생일보다 걷는 시기에 맞춰요
돌 무렵 아이들의 걷는 모습은 제각각이에요. 혼자 몇 걸음 걷는 아이도 있고, 가구를 잡고 움직이는 게 더 익숙한 아이도 있습니다. 둘 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아이가 혼자 걷기 전에는 제대로 된 신발이 필요하지 않으며, 처음에는 바깥에서 걸을 때 주로 신기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집 안 바닥이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맨발로 움직일 시간을 주는 편이 좋아요. 발바닥으로 바닥을 느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바닥이 차갑다면 발가락을 조이지 않는 양말을 신겨도 됩니다. 다만 미끄러운 바닥에서 양말을 신고 자꾸 미끄러진다면 맨발이 더 편할 수 있어요. 밖에서도 대부분 유모차에 앉아 있다면 보온용 양말이나 부드러운 덧신만으로 충분한 날이 많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밖에서 내려와 직접 걷기 시작했다면 발을 보호할 신발이 필요해져요. 거친 바닥이나 작은 돌, 계절에 따른 더위와 추위를 생각하면 됩니다. ‘첫돌 기념 신발’과 ‘실제로 걸을 때 신을 신발’의 구매 시기가 달라도 괜찮아요.
매장에서 보는 건 디자인보다 발의 움직임이에요
돌아기 신발을 고를 때는 밑창부터 만져봅니다. 앞쪽 발가락이 구부러지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휘고, 아이가 발을 들어 올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가벼운지 봐요. 바닥은 걷는 곳에서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고요. 밑창 전체가 흐물흐물하거나 반대로 거의 구부러지지 않는 신발은 아이가 걷는 모습을 보며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발가락 앞쪽도 중요해요. 발끝이 뾰족한 모양보다는 발가락을 편하게 펼칠 수 있는 모양을 고르세요. 벨크로나 끈으로 발등을 조절할 수 있으면 신발 속에서 발이 앞으로 밀리는 것을 줄이기 좋습니다. 뒤꿈치는 걸을 때 자꾸 벗겨지지 않아야 해요. 비싸거나 유명한 제품이라도 아이 발에 맞지 않으면 좋은 첫 신발이 아닙니다.
저희 집 둘째는 발등이 통통해서 형이 잘 신던 제품이 맞지 않았어요. 길이는 넉넉한데 발등에 자국이 남더라고요. 같은 개월수, 같은 발 길이여도 발볼과 발등 모양은 다릅니다. 형제 신발을 물려받을 때도 새로 신을 아이 발에 맞는지 꼭 확인하는 이유예요.
사이즈는 숫자보다 신고 걸었을 때 확인해요
가능하면 아이가 실제로 신을 양말을 가져가 두 발을 모두 재세요. 좌우 길이가 조금 다르면 더 큰 발을 기준으로 맞추는 게 편합니다. 아이가 서 있을 때 발가락 앞에 대략 1cm 안팎의 여유가 있는지 보고, 발볼이 눌리거나 발등을 잠갔을 때 깊은 자국이 남지 않는지도 확인해요. 브랜드마다 같은 표기 사이즈의 안쪽 공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발 앞에 여유가 있다고 무조건 한 치수 크게 살 필요는 없어요. 몇 걸음 걸었을 때 뒤꿈치가 들썩이거나 신발이 자꾸 벗겨지면 너무 큰 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가락을 오므리는 듯 걷거나 신발을 벗긴 뒤 발가락 옆에 붉은 자국이 남는다면 좁거나 작을 수 있어요. 매장에서는 잠깐 서 있는 모습보다 몇 걸음 오가며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아기 발은 빠르게 자라서 처음 맞았던 신발도 금세 달라질 수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쯤 발끝 여유와 발등 자국을 확인해 주세요. 아이가 신발을 싫어한다고 바로 사이즈 문제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갑자기 걷기를 꺼리거나 한쪽 신발만 벗으려 한다면 맞음새부터 살펴볼 만합니다.
처음부터 여러 켤레 살 필요는 없어요
상담하다 보면 걷기 전부터 외출용, 실내용, 사진용 신발을 한꺼번에 준비한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밖에서 걷기 시작할 때는 사이즈가 달라져 한 번도 못 신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직 걷지 않는다면 구매를 미뤄도 되고, 밖에서 걷기 시작했다면 잘 맞는 한 켤레로 생활해 본 뒤 추가로 필요한지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특별한 모양으로 발을 교정한다는 광고도 신발 구매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으면 해요. 발 모양이나 걷는 모습이 걱정된다면 신발만 바꾸며 기다리기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신발은 ‘돌아기용’이라고 적힌 제품이 아니라, 지금 걷는 장소에서 발을 편하게 보호해 주는 신발이에요. 아이가 오늘 어디서 얼마나 걷는지부터 보면 살 것도 훨씬 단순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