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산통 대처법 울음이 길어질 때 이렇게 해요

상담실에서 부모님이 가장 지친 얼굴로 오실 때가 있어요. “저녁만 되면 두 시간씩 울어요.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라는 말을 들으면, 두 아이를 키우며 울음 앞에서 막막했던 밤이 떠오릅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기가 오래 운다고 해서 부모가 돌봄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영아산통인지 보기 전에 확인할 것
영아산통은 다른 뚜렷한 이유 없이 건강한 아기가 오래 우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보통 생후 몇 주부터 시작해 오후나 저녁에 심해지고, 대개 생후 3~4개월 무렵 잦아듭니다. 하루 3시간 이상, 일주일에 3일 이상 우는지를 참고하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을 딱 맞춰 세야만 상담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평소와 다르게 운다면 그 자체로 살펴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울음이 시작되면 수유한 지 얼마나 됐는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옷이 덥거나 조이지는 않는지부터 봐주세요. 졸린데 주변이 밝고 시끄러워 더 힘들어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수유 중이나 직후에 유독 괴로워하거나 토하는 양이 많다면 수유 자세나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해요.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끌어올린다고 해서 모두 가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상담할 때는 ‘몇 시부터 몇 시간 울었나’보다 울지 않을 때의 모습도 함께 여쭙습니다. 잘 먹고, 깨어 있을 때 반응하고, 체중이 늘고 있는지요. 울음이 처음 생겼거나 양상이 달라졌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아기 상태를 확인받는 편이 마음도 놓입니다.
울기 시작하면 순서를 줄여서 대응해요
영아산통 대처법을 물으시면 저는 새 물건보다 익숙한 돌봄을 먼저 권합니다. 배고픔과 기저귀를 확인한 뒤, 아기를 안고 조용한 곳으로 옮겨보는 거예요. 등을 가볍게 토닥이거나 천천히 걸어도 좋습니다. 어떤 아기는 백색소음에 잠잠해지고, 어떤 아기는 소리 없이 안겨 있는 편을 좋아해요. 한 방법이 어제 통했다고 오늘도 통하는 건 아니니, 아기 반응을 보며 한두 가지씩 바꿔보면 됩니다.
수유할 때는 서두르지 않게 하고, 젖병을 먹는 아기라면 몸을 조금 세워 안아 중간에 쉬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수유 뒤 트림을 도와주는 것도 해볼 만합니다. 다만 트림 한 번으로 울음이 반드시 멎는 건 아니에요. 먹을 때마다 힘들어하거나 수유량이 줄면 젖꼭지 유속, 젖물림, 수유 간격 등을 의료진과 함께 점검하는 게 낫습니다.
안겨서 잠든 뒤에는 등을 대고 눕혀 재워주세요. 흔들침대나 카시트에서 잠들었다면 평평하고 단단한 잠자리로 옮기는 게 안전합니다. 울음을 달래려고 엎드린 채 재우거나 배를 세게 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급하게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
산통 전용 젖병, 배앓이 방지 분유, 가스 배출 도구를 한꺼번에 사 오시는 부모님도 계세요. 8년 동안 상담하며 느낀 건, 이름에 ‘산통’이 붙었다고 모든 아기에게 맞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평소 쓰는 젖병으로 잘 먹는다면 먼저 수유 자세와 속도를 살펴보세요. 새 젖병을 산다면 하나만 써보고 아기 반응을 확인해도 늦지 않습니다.
분유도 울 때마다 바꾸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워요. 혈변, 습진, 반복되는 구토, 체중 증가 문제처럼 알레르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평가받고 변경을 의논하는 게 좋습니다. 모유 수유 중인 부모가 근거 없이 여러 음식을 끊을 필요도 없습니다.
산통 완화를 내세운 방울약, 유산균, 허브차도 서둘러 살 목록에 넣지 않아도 돼요. NHS는 이런 제품을 영아산통의 일반적인 해결책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기에게 차나 다른 음료를 임의로 먹이는 일은 피해야 해요. 이미 산 제품이 있더라도 먹이기 전에는 아기의 월령과 건강 상태를 의료진에게 확인해주세요.
이럴 때는 산통으로 넘기지 마세요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의 체온이 38도 이상이거나, 숨쉬기 힘들어 보이거나, 축 늘어지고 깨우기 어렵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입술이나 피부색이 푸르스름해지는 경우도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요. 평소와 다른 날카롭거나 힘없는 울음, 잘 먹지 못함, 반복되는 구토, 피가 섞인 변, 배가 심하게 불러오는 모습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울음이 생후 4개월이 지나도록 계속되거나 체중이 잘 늘지 않을 때 역시 상담받으세요.
부모가 버티기 어려운 순간도 그냥 참을 일이 아닙니다. 아기를 안전한 침대에 등을 대고 눕힌 뒤 잠깐 떨어져 숨을 고르세요. 가능하면 가족에게 교대를 부탁하고요. 아무리 지쳐도 아기를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는 시간을 간단히 적어두면 진료 때 설명하기도 수월합니다. 오래 우는 밤에는 ‘무슨 제품을 더 사야 하지?’보다 아기 상태를 확인하고, 돌보는 사람이 잠시 쉴 틈을 만드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