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발진 크림 고르고 바르는 방법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산모가 기저귀 발진 크림 세 통을 꺼내 놓고 어느 것부터 발라야 하느냐고 물으셨어요. 출산 준비물을 챙기다 보면 ‘혹시 몰라서’ 여러 종류를 사게 되죠. 그런데 기저귀 발진 크림은 많이 갖춰 두는 것보다, 아기 피부 상태를 보고 한 가지를 제대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크림보다 기저귀를 빨리 갈아 주고 피부를 잘 말리는 일이 먼저라는 걸 자주 느꼈어요.
크림부터 사기 전에 피부를 봐주세요
기저귀 발진은 소변이나 대변이 피부에 오래 닿거나, 기저귀가 쓸리면서 생길 수 있어요. 설사를 하거나 변을 자주 보는 시기에는 평소 쓰던 기저귀를 그대로 써도 엉덩이가 금세 붉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피부가 멀쩡한 아기라면 비싼 발진 크림을 미리 여러 통 쌓아 둘 이유는 크지 않아요.
집에서 먼저 바꿀 수 있는 건 기저귀 가는 방식입니다. 젖거나 변을 본 기저귀는 가능한 한 빨리 갈고, 닦을 때는 문지르지 말고 물이나 향료·알코올이 없는 물티슈로 부드럽게 닦아 주세요. 물로 씻겼다면 접히는 부분까지 톡톡 눌러 말린 뒤 새 기저귀를 채우면 됩니다. 피부가 붉을 때는 잠깐이라도 기저귀를 벗겨 두는 시간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방수 패드 한 장을 깔아 두면 마음이 조금 편하고요.
특히 피부가 벗겨졌을 때 물티슈로 몇 번이고 깨끗이 닦으려다 더 따가워하는 아기를 봅니다. 남은 크림을 매번 완전히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더러워진 부분을 부드럽게 씻어 내고, 피부를 말린 다음 필요한 만큼 덧발라 주면 됩니다.
기저귀 발진 크림은 성분보다 용도를 먼저 보세요
진열대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건 산화아연이 들어 있는 크림과 바셀린처럼 피부 위에 보호막을 만드는 제품입니다. 둘 다 소변과 대변이 피부에 직접 닿는 일을 줄이는 용도로 쓰여요. 미국소아과학회도 산화아연과 페트롤라툼을 선택지로 안내합니다. 어느 하나가 모든 아기에게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엉덩이가 조금 붉거나 변을 자주 봐서 피부 보호가 필요할 때는 집에 있는 무향 보호 크림 한 가지부터 써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가 자주 짓무르는 아기라면 산화아연 제품이 보호막 역할을 해 줄 수 있어요. 다만 제품 이름만 보고 고르기보다 성분표와 사용 연령, 바르는 방법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향이 강한 제품은 민감해진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어요.
‘발진 크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두 같은 제품은 아닙니다. 일반 보호 크림과 곰팡이 감염에 쓰는 항진균제,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용도가 달라요. 항진균제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여러 개 사서 붉은 부위에 번갈아 바르지는 마세요.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서, 이런 약은 진료나 약사 상담을 통해 필요한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를 때는 깨끗하게 말린 뒤 보호막을 만드세요
크림을 바르기 전에는 손을 씻고, 피부에 묻은 변을 부드럽게 제거해 주세요. 물기가 남은 상태에서 바로 덮기보다 피부가 마른 것을 확인하고 바르는 게 좋습니다. 가볍게 붉은 정도라면 제품 설명에 맞춰 얇게 펴 바르면 되고, 피부가 많이 붉어 보호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산화아연 크림을 충분히 올려 피부를 덮어 줄 수 있어요. 미국피부과학회는 심한 발진에는 보호 크림을 넉넉히 바르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남은 크림을 전부 벗겨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합니다.
상담할 때 부모님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부분이 바로 바르는 양이에요. 조금만 발라야 할 것 같아 빨간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반대로 두껍게 바른 크림을 매번 세게 닦아 내느라 더 자극하기도 합니다. 피부 상태에 따라 양을 조절하되, 닦을 때 아기가 아파한다면 방식부터 바꿔 주세요. 기저귀도 너무 꽉 채우지 않아야 쓸림이 덜합니다.
파우더나 소독액을 발진 부위에 추가로 쓰는 건 피하는 편이 좋아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이런 제품이 기저귀 발진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새 제품을 여러 개 한꺼번에 시작하면 무엇이 맞고 무엇이 자극이 됐는지 알아보기 어려우니, 새 크림도 한 가지씩 써 보세요.
이럴 때는 크림을 바꿔가며 기다리지 마세요
기저귀를 자주 갈고 보호 크림을 발라도 2~3일 사이에 좋아지지 않거나 더 번지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받는 게 좋습니다. 물집, 고름, 진물, 딱지가 생기거나 아기가 만지기 어려울 만큼 아파해도 진료가 필요해요. 열이 나거나 수유량이 줄고 평소보다 처져 보인다면 발진 크림을 고르는 일보다 아기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접히는 피부까지 선명하게 붉고, 붉은 부위 가장자리에 작은 뾰루지가 퍼져 보일 때는 단순 자극성 발진 외의 원인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진만 보고 곰팡이 감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모습이라면 보호 크림만 계속 덧바르기보다 진료를 받아보세요. 필요한 약이 일반 보호 크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산 전에 준비한다면 무향 보호 크림 한 통 정도면 시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말씀드려요. 실제로 써 보고 아기 피부에 맞는지 확인한 뒤 더 사도 늦지 않습니다. 매일 보는 엉덩이 피부의 변화, 기저귀를 가는 간격, 닦는 손길이 크림 통의 개수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 때가 많습니다.
